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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님은 소신공양, 환경운동가는 고공농성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10-07-23 17:06     조회 : 2341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89805 (1431)
스님은 소신공양, 환경운동가는 고공농성, 기자는?
[르포] '4대강 반대' 이포보 고공농성장 현장
2010년 07월 23일 (금) 09:50:34 이치열 기자 ( truth710@mediatoday.co.kr)
22일 오전 6시. 전화벨이 울렸다.  국장의 호출이었다. 불길했다. 아니나 다를까, 환경연합에서 남한강 이포댐과 낙동강 함안댐을 점거했다는 전언이었다. 취재 지시가 떨어졌다.
이런…. 마침 애마(?)는 색칠(도장)하러 공장에 들어가 있었다. 하필 오늘 같은 날 이런 단 말인가. 부랴부랴 카메라만 챙겨 여주행 버스에 올라탔다. 부화도 치밀었다. 그동안 미디어오늘도 열심히 기사를 써왔는데, 우리만 따돌려 물을 먹은 건가? 도착하기 전에 상황 종료돼 사진 한 장 못 찍고 오는 것은 아닌가 싶어 조바심이 났다. 그러나 무엇보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싸움의 끝으로 접어들고 있구나’ 싶은 직감에 몸에 비늘이 돋는 느낌이었다.
1시간 10여분 만에 여주에 도착했다. 다행히 여주환경연합의 박현주 님이 픽업하러 나오셨다. 우선 여주경찰서로 가서 이포보 현장에 집회신고를 내고 있는 이항진 여주환경연합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휴가 기간에 터진 큰 사건에 경찰들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인명피해 없이 잘 마무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양측 모두 이견이 없었다.
환경연합 이포댐 함안댐 점거 전언 … '물먹을까' 초긴장하며 현장으로
경찰도 당황 "왜 휴가기간에 …"
   
  ▲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3명은 22일 새벽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경기도 여주 4대강 사업 한강 제3공구 이포대교 옆 20미터 높이의 이포보를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활동가들이 4대강사업중단을 요구하는 손펼침막을 이포대교위 취재진들을 향해 들어보이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rh710@  
   
  ▲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3명은 22일 새벽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경기도 여주 4대강 사업 한강 제3공구 이포대교 옆 20미터 높이의 이포보를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활동가들이 '국민의 소리를 들으라'는 내용의 대형현수막을 설치했다. 이치열 기자 trurh710@  
이포보 현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새벽 상황을 짧게 전해 들었다.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며 최근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강강강강’ 기획사진보도 등을 해왔던 프레시안과 MBC, SBS, 에만 연락을 했는데 어떻게들 알았는지 새벽에 20여 명의 기자들이 여주에서 대기 중이란 소식을 듣고 농성계획에 차질이 생길까봐 전전긍긍 했다고 한다. 다행히 정보가 새지 않아 큰 충돌 없이 22일 새벽 3시40분경, 염형철(서울환경운동연합 국장), 박평수(고양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 장동빈(수원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세 명의 활동가들이 아무런 제지 없이 이포보 교각 상부에 올라갈 수 있었다. 
 
   
  ▲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3명은 22일 새벽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경기도 여주 4대강 사업 한강 제3공구 이포대교 옆 20미터 높이의 이포보를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오후 이포대교 위에서 각 언론사 취재진들이 이포보를 점거한 활동가들을 취재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경기도 여주 이포보 옆 장승공원에는 환경운동연합이 농성자들을 지켜보기 위해 천막을 쳤고 그곳에서 칼라TV는 현장생중계를 하고 기자들은 비와 태양을 피하며 취재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포보 농성장 인근 장승공원에 환경운동연합이 천막을 치고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칼라TV’는 농성장을 생중계하고 있었다. 환경운동가들과 몇몇 기자들은 카메라와 망원경 등으로 농성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언제라도 비를 뿌릴 듯한 검고 낮은 구름이 현장의 긴장감을 더했다. 그 구름 사이로 들락날락하는 햇살은 그림자 한 점 만들어내지 않으며 땀구멍 속까지 느껴지는 열기를 뿜어낸다.  
경찰버스 3대와 소방차가 대기중었다. 다행히 초기 강경대응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공사 현장관계자들이 11시경 보 위에 올라가 농성자들과 대화를 시도했으나 별다른 상황 변화는 없었다. 공사관계자들은 추락에 대비하는 것으로 보이는 그물을 치기 시작했고 소방대원으로 보이는 이들이 고무보트를 타고 보 아래 상황을 살폈다.
그림자 한 점 없는 뜨거운 현장, 추락 대비 그물망과 보트 순찰 가동
많은 취재진 이포대교로 … 불만 표시 차량
새벽에 취재하고 돌아갔다가 다시 온 기자들도 있었다. 농성자들이 나중에 펼친 대형현수막(국민의 소리를 들으라) 장면을 찍으려고 온 것이다. 이럴 때 기자들 사이에서도 희비가 엇갈린다. 농성자들은 취재진의 요청에 간간히 밖으로 나와 4대강 반대를 구호로 외치기도 하고 손펼침막을 들어 보여주기도 했다.
SBS 취재진은 계속 뙤약볕 아래 이포대교 위를 떠나지 않고 농성현장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경향신문과 국민일보, 민중의 소리, 한겨레, KBS, CBS 등 많은 언론사 취재 차량이 이포대교 위를 오간다. 다리 중간에서 취재 중인 기자들을 향해 공격적으로 경적을 울리는 차량들도 있었다. 통행에 큰 차질이 없던 점으로 보아 아마도 이런 농성이나, 그것을 취재하는 기자들이나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나 싶다.
큰 충돌 없이 지리한 대치상태가 계속됐다. 농성장의 엄형철 씨는 트위터를 통해 농성장 분위기를 실시간으로 전달해 기자들의 궁금증을 일부 해소해줬다. 고공농성장에도 본격적으로 트위터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근처 막국수집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한 후 이항진 위원장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취소 우려가 있다는 세종대왕릉으로 향하다가 청와대비서관이 내려왔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여주보 공사현장 사무실방향을 틀었다. 브리핑중인지 관계자들은 도면이 그려진 판넬을 들고 상황실 주변을 분주히 오가고 있었으나 기자들의 취재는 거부됐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장이 이포보 농성문제로 회의 중이라는 얘기만 들을 수 있었다.
현장 분위기 트위터로 전파 … 시위 현장도 트위터 시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장 방문 소식에 급히 현장으로, 그러나 접근 금지
밖에서 기다리다 청장이 나오는 것을 보고 시사인 취재차량을 함께 타고 뒤를 뒤쫓았다. 예상대로 이포보 현장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청장이 탄 차만 들어가게 한 후 바로 뒤따르던 취재 차량은 막무가내로 막아섰다. 청장의 현장 순시를 취재하겠다는데 공사관계자들은 들어갈 수 없다며 무작정 막았다. 기자들과는 말상대도 하기 싫다는 투다. 하는 수 없이 멀리서 농성장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오후 5시 쯤 4대강 사업에 찬성하는 여주시민단체 사람들이 장승공원 입구에 천막을 치고 환경운동연합의 천막에 찾아와 거칠게 항의해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찬성하는 사람들은 정부가 발표한 공사후 청사진에 많은 기대를 하는 듯 보였다. 보 공사를 마치면 관광수입 등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공사를 진행했는데 그만두면 이미 건설구조물들은 어떻게 할 거냐”며 “이미 돌이키기엔 늦었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었다.
 
   
  ▲ 4대강사업에 찬성하는 여주시민들이 공사현장 옆에 쳐 놓은 천막. 이치열 기자 truth710@  
   
  ▲ 22일 오후 4시 40분경 4대강사업에 찬성하는 여주시민 십여명(왼쪽)이 환경운동연합 천막에 다가와 '주민들은 다 찬성하는데 왜 방해하느냐?'며 거칠게 항의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렇게 하면 강을 죽이고, 결국 지역 사회에도 득 될게 없다”는 호소나, “전국가적인 대규모 토목 사업을 이처럼 일방적으로 마구 밀어붙이고 있는 비민주적인 사업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 등은 그 분들을 설득하기엔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과거 개발독재에 대한 짙은 향수를 갖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뿌리가 참으로 깊고, 질겨 보였다. 
찬성 시민단체 "관광수입 등 기대 커… 왜 반대냐" 개발 독재에 대한 뿌리 깊은 향수
고공 시위는 최후의 선택 … 늦기 전 대화 나서야
이포보 위 농성장은 헬기를 타고 내려온다거나, 사다리를 써서 올라가지 않는 한 상당히 접근이 어려울 것 같다. 경찰의 강경진압이 있을 경우 매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것이 뻔하다. 다행히 공사관계자들이나 경찰은 아직까지는 그럴 생각이 없고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매번 고공 농성현장을 취재하면서 느끼는 것은 그 방식이 의견을 전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최후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비교적 점잖은 방식으로 의견을 펴왔던 환경연합 사람들이 오죽하면 이런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을까 싶다. 이제라도 정부는 적극 대화에 나서야 할 것 같다.
   
  ▲ 22일 오전 11시 14분경 공사관계자들이 농성자들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이치열 기자 truth710@  
어차피 장마기인 8월 한 달 동안은 공사가 중단된다. 이포보는 홍수에 대비해 1차 가물막이까지 해체한 상태다. 얼마든지 대화할 시간이 있는 셈이다. “더 늦기 전에 4대강 공사를 중단하고, 대안 모색을 위한 사회적 기구를 만들고 국회 4대강 검증특위를 구성하자”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 무리하게 과잉 진압하려 해서는 또 어떤 참사가 빚어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불현듯 용산참사의 처참했던 장면들이 떠오르는 것을 애써 떨쳐냈다.
오후 5시 30분 경, 현장을 뒤로 하고 서울로 향했다. 저녁 방송에는 어떻게 다뤄질지 궁금했다. 내일 신문들에는 또 어떻게 나올까. 기자들이 빠져 나간 현장은 적막하기 까지 했다. 내일 또 다른 기자들이 현장을 찾겠지만, 한 번 다녀간 기자들이 또 언제 이곳을 찾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런 만큼 이들의 농성은 더 힘들고, 외로울 것이며, 또 길어질 것이다. 
이포대교 주변과 빈 하늘엔 백로, 왜가리, 가마우지, 기러기, 솔개, 갈매기들이 평화롭게 노닐거나, 한적한 비행을 즐기곤 했다. 마치 고향인 남도 땅과도 같은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 이포보 위에서 농성중인 환경운동가 3인은 취재진의 요청에 간간히 밖으로 손펼침막을 들어보이거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4대강사업에 찬성하는 한 시민이 이포보 완공시 모습을 담은 조감도를 바라보고 있다. 이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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